프리더와 카터리스헨
순진한 농부 '프리더'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고 눈치 없는 아내 '카터리스헨'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프리더가 밭일을 나가며 아내에게 소시지를 굽고 시원한 맥주를 준비해 두라고 일렀습니다.
카터리스헨은 소시지를 프라이팬에 올려두고 맥주를 뜨러 지하실로 내려갔습니다. 맥주통 수도꼭지를 틀어놓았을 때, 지상에서 개 한 마리가 부엌으로 들어와 소시지를 물고 도망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카터리스헨은 맥주꼭지를 잠그지도 않은 채 개를 쫓아 들판을 달렸습니다. 돌아왔을 때 지하실 바닥은 콸콸 쏟아져 나온 맥주로 홍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사색이 된 카터리스헨은 맥주 웅덩이를 말리겠다며 광 속에 있던 새하얀 밀가루 한 자루를 지하실 바닥에 모조리 쏟아부어 온통 질척이는 반죽 죽탕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황금 도둑질과 문짝의 피난
프리더는 한숨을 쉬며 아내에게 경고했습니다.
"저 외양간 구석 바닥에 묻어둔 노란 쇠붙이들은 사악한 독충이니 절대로 손대지 마시오."
그러나 집으로 냄비 장수 사기꾼들이 찾아오자, 카터리스헨은 "바닥의 노란 벌레들을 파가라"며 프리더가 숨겨둔 모든 황금 금화를 거저 넘겨주었습니다.
황금을 도둑맞은 사실을 안 프리더는 도둑들을 뒤쫓기 위해 아내에게 뒤따라오며 먹을 음식을 챙겨오라고 일렀습니다.
카터리스헨은 집을 지키겠다며 집 현관문 문짝(Haus-türe)을 뜯어 등에 짊어지고, 말린 치즈 몇 조각과 식초 한 병을 챙겨 숲으로 쫓아왔습니다.
나무 위의 식초 투척과 도둑들의 패주
밤이 깊어 숲속 거대한 떡갈나무 위로 피신한 부부 아래로, 공교롭게도 황금을 훔쳐 달아나던 도둑 강도단이 둘러앉아 모닥불을 피우고 황금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나무 위에서 카터리스헨이 "배가 고프다", "무겁다"며 소란을 피우다, 쥐고 있던 단단한 치즈 덩어리를 떨어뜨렸습니다. 도둑들은 "하늘에서 새똥이 떨어진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뒤이어 카터리스헨이 시큼한 식초 병을 쏟아부었습니다. 도둑들은 "하늘에서 이슬비가 내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내 카터리스헨이 지쳐서 등에 짊어지고 있던 무겁고 거대한 나무 문짝을 손에서 놓쳐버렸습니다!
콰가과광! 쿵!
거대한 문짝이 허공에서 벼락처럼 떨어져 모닥불과 도둑들의 머리 위를 덮치자, 혼비백산한 도둑들은 "지옥의 악마들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다!"며 비명을 지르고 황금 자루를 버려둔 채 숲속으로 달아났습니다.
치맛자락 절단과 자아 상실의 방랑
부부는 도둑맞았던 모든 황금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프리더가 카터리스헨에게 밀을 베러 밭으로 나가라고 시켰습니다. 그러나 밭에 나간 카터리스헨은 잠결에 자신의 옷이 무겁다며 가위로 자신의 치맛자락을 무릎 위까지 싹둑 잘라버렸습니다.
잠에서 깬 카터리스헨은 잘려 나간 자신의 옷과 다리를 보고 극심한 혼란에 빠졌습니다.
'내가 과연 진짜 카터리스헨인가, 아니면 다른 귀신인가?(Bin ichs, oder bin ichs nicht?)'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창문을 두드리며 "카터리스헨이 안에 있나요?"라고 묻자, 방 안에서 프리더가 "그래, 카터리스헨은 누워 있단다"라고 답했습니다.
절망한 카터리스헨은 "그렇다면 밖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구나!"라며 울부짖으며 들판으로 도망쳤고,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 깊이 읽기: 심층 주석 및 문학·민속학적 해설
[주석 1] 바보 민담(Schwankmärchen/ATU 1387)과 언어의 문자주의적 오독: "노란 쇠붙이는 독충이다"라는 비유를 곧이곧대로 믿어 사기꾼에게 넘겨주는 행위는 언어적 은유를 해독하지 못하는 하층민의 희극적 무지를 다룹니다.
[주석 2] 문짝 짊어지기(Door-carrying Trickster)의 행운: 집을 지키기 위해 문짝을 뜯어 메고 가다 도둑을 격퇴하는 모티프는, 고의가 아닌 백치 같은 행동이 뜻밖의 거대한 행운과 승리를 낳는 민담 특유의 역설적 유머입니다.
[주석 3] 치맛자락 절단과 실존적 이인증(Depersonalization): 34편 '지혜로운 엘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체(치마) 변화 하나로 자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광기의 방랑으로 소멸하는 결말은 주체성이 박탈된 인간의 서늘한 실존적 비극을 풍자합니다.
스토리 요약 / 생각거리
맥주를 쏟고 황금을 도둑맞았으나 뜯어 온 문짝을 떨어뜨려 도둑들을 물리치고 부를 되찾은 어리석은 아내 카터리스헨이, 결국 잘려 나간 치맛자락 때문에 자아를 잃고 영원히 사라지는 기괴하고 유쾌한 바보 소동극입니다.
※ 본 포스팅은 순화되기 전의 고전 원전 및 민담 전승을 바탕으로 번역·재구성한 이야기로, 다소 기괴하거나 서늘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