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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7일 토요일

초등학생의 정서인식 및 정서표현의 부족이 공격성 및 또래관계에 미치는 영향

초등학생의 정서인식 및 정서표현의 부족이 공격성 및 또래관계에 미치는 영향|RISS 상세보기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 제공하는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

우리 아이가 공격적인 진짜 이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서입니다

우리 아이가 친구를 때리거나 거친 말을 할 때, 혹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을 볼 때 부모님과 선생님의 마음은 무너져 내립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하지만 아이의 공격적인 행동이나 사회적인 어려움이 단순히 '나쁜 아이'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신호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부산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한 연구는 감정 표현 능력과 아이의 공격성, 그리고 친구 관계 사이에 놀라운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연구는 감정 표현의 어려움이 어떻게 공격성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왜 친구 관계를 직접적으로 손상시키며, 특히 어떤 감정이 관계를 망가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지를 단계적으로 보여줍니다.

감정 표현이 서툴수록 공격성이 높아집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핵심적인 발견은 ‘감정 표현의 어려움’과 ‘공격성’이 비례한다는 점입니다. 부산 지역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 26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일수록 공격적인 성향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감정 표현’이란 단순히 감정을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알아차리는 ‘감정 인식’ 능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말이나 적절한 행동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모를 때, 그 감정이 신체적 공격(때리기), 언어적 공격(거친 말), 분노, 그리고 적의심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감정 표현의 어려움이 **‘적의성(남에 대한 의심, 질투심, 미워하기 등)’**과 가장 강한 연관성을 보였습니다.

이는 특히 주목할 만한 결과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불편한 감정—질투, 서운함, 억울함—을 표현할 방법을 모르니, 그 감정들이 해소되지 못하고 마음속에 쌓여 남을 의심하고 미워하는 ‘적의성’이라는 앙금으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앙금이야말로 갑작스러운 공격 행동의 가장 강력한 연료가 됩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연구가 아이의 감정 표현 어려움이 아이들 간의 공격성 차이를 50%나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아이의 공격적인 행동의 상당 부분이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문제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연구 논문의 한 구절은 이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즉, 정서인식과 정서표현 능력이 부족할수록 신체적 공격행동, 적의성, 언어적 공격행동, 분노 성향이 높다는 의미이다.

결국 아이의 공격성은 문제 행동 그 자체가 아니라, 내면의 감정을 다룰 어휘와 기술이 부족하다는 아이의 절박한 '도움 요청'일 수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친구 관계가 어려워집니다

두 번째 중요한 발견은 감정 표현 능력이 친구 관계의 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또래 관계에서도 부정적인 결과를 보였습니다.

구체적으로,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에서의 '주도성(리더십, 주도력)'과 '협동/공감' 능력 점수가 낮게 나타났습니다. "나 지금 속상해", "네가 그렇게 말해서 화가 나"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는 다음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 놀이나 모둠 활동에서 자기 의견을 내고 상황을 이끌어가는 데 소극적이게 됩니다.
  • 친구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협동적인 관계를 맺기 힘들어집니다.

이것은 감정 표현 기술이 건강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초체력과 같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는 오해를 사거나 위축되기 쉽고, 이는 결국 친구 관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감정 표현 능력의 부족은 내면적으로는 공격성을 키우고, 외면적으로는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는 이중고를 만드는 셈입니다.

친구 관계를 망치는 가장 큰 적은 '분노'입니다

마지막으로, 연구는 공격성이 또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예상대로 공격성이 높을수록 친구 관계는 나빠졌습니다. 그런데 공격성의 여러 종류(신체적, 언어적, 적의성, 분노) 중에서 **친구 관계에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분노'**였습니다.

회귀 분석 결과, 아이의 제어되지 않는 분노는 또래 관계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강력하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예측 변인이었습니다.

이는 아이가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시키는 모습이 다른 친구들에게 불안감과 불편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예측 불가능하게 화를 내는 아이 곁에 머물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공격성을 지도할 때, 단순히 '때리지 마' 또는 '욕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 아이가 자신의 '화'를 인지하고 건강하게 다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관계 회복의 핵심 열쇠가 됩니다.

결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능력은 그저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부가적인 기술이 아닙니다. 이것은 공격성을 통제하고 건강한 친구 관계를 맺는 데 필수적인 생존 도구입니다.

연구진 역시 아이들의 정서 인식 및 표현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제언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공격적인 행동을 꾸짖거나 친구 없는 것을 탓하기 전에, 우리는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오늘, 우리 아이에게 **"지금 기분이 어때?"**라고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