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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7일 월요일

[원전 잔혹동화] 083. 행운아 한스 (행복한 한스)

[원전 잔혹동화] 083

행운아 한스 (행복한 한스)

충직한 하인 '한스(Hans)'가 주인 밑에서 7년 동안 뼈 빠지게 일한 뒤 고향의 어머니에게 돌아가겠다고 청했습니다.

주인은 한스의 노고를 치하하며 사람 머리통만 한 거대한 순금 황금 덩어리(Ein Klumpen Gold)를 퇴직금으로 안겨주었습니다.

한스는 황금을 어깨에 짊어지고 길을 떠났으나, 몇 걸음 가지 못해 뼛속까지 짓누르는 무게에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신음했습니다.

황금에서 말, 젖소, 돼지로의 하강

길을 가던 한스는 말을 타고 달리는 기사를 보고 부러워하며 외쳤습니다.

"말을 타면 신발도 닳지 않고 바람처럼 달릴 텐데!"

기사는 한스의 거대한 황금 덩어리를 보고 눈이 뒤집혀 즉시 황금과 말(Pferd)을 맞바꾸었습니다.

그러나 말을 타던 한스는 말이 날뛰는 바람에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쳐 도랑에 처박혔습니다.

허리를 다친 한스 앞에 암소를 몰고 가는 농부가 나타났습니다. 한스는 매일 따뜻한 우유와 치즈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말과 젖소(Kuh)를 기쁘게 교환했습니다.

하지만 목이 말라 소의 젖을 짜려다 젖이 나오지 않자 화가 난 소가 뒷발로 한스의 머리통을 걷어차 기절시켰습니다.

지나가던 정육점 주인이 "이 소는 늙어서 고기밖에 안 나온다"며 어린 살진 돼지(Schwein)와 소를 맞바꾸어 주었습니다.

돼지에서 거위, 숫돌로의 사기극

한스는 살진 돼지를 몰고 가며 소시지를 먹을 꿈에 부풀었습니다.

그러나 길가에서 만난 시골 청년이 "그 돼지는 옆 마을 영주에게서 도둑맞은 돼라 곧 사형대에 매달릴 것"이라고 겁을 주자, 공포에 질린 한스는 청년의 품에 안긴 거위(Gans)와 돼지를 냉큼 바꾸어버렸습니다.

마을 어귀에 도착했을 때, 낡은 칼갈이 숫돌을 돌리며 노래하던 장수가 한스를 꼬드겼습니다.

"거위는 먹으면 끝이지만, 칼갈이 숫돌을 가지면 주머니에 은화가 마르지 않는다네!"

한스는 거위를 넘겨주고, 길바닥에 굴러다니던 무겁고 거친 두 덩이의 숫돌(Schleifstein)을 가슴에 안았습니다.

우물 속의 침몰과 완벽한 해방의 환희

숫돌의 무게에 짓눌려 허리가 끊어질 듯 지친 한스는 타는 듯한 갈증에 우물가로 다가갔습니다.

우물 턱 위에 숫돌 두 덩이를 올려두고 물을 마시려 고개를 숙이는 바로 그 순간!

풍덩! 텀벙!

한스의 팔꿈치에 밀린 무거운 숫돌 두 덩이가 깊고 시커먼 우물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영원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돌이 가라앉는 물소리를 들은 한스는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눈물을 흘리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세상에 나보다 더 큰 행운을 타고난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나를 짓누르던 저 지독하고 무거운 돌덩이의 저주에서 마침내 완벽하게 해방되었나이다!"

한스는 홀가분해진 가벼운 몸뚱이로 깡충깡충 뛰며,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손으로 어머니의 품으로 행복하게 달려갔습니다.

📖 깊이 읽기: 심층 주석 및 문학·민속학적 해설

[주석 1] 가치 전도(Value Inversion)와 반(反)자본주의적 행복론 (ATU 1415: Lucky Hans): 거대한 황금 → 말 → 소 → 돼지 → 거위 → 돌멩이 → 무일푼으로 이어지는 연쇄적 손실을 최고의 행운으로 인식하는 구조는 물질주의적 화폐 가치를 철저히 무력화하는 철학적 우화입니다.

[주석 2] 물질의 무게와 영혼의 해방: 소유물이 늘어날수록 육체적 고통(피로, 부상, 사기, 공포)에 시달리다가 모든 소유가 우물 속에 침몰하는 순간 절대적 자유를 얻는 역설은 스토아학파 및 불교적 무소유(無所有)의 민담적 체현입니다.

[주석 3] 바보(Fool)의 성스러움: 세상의 기준에서는 가장 어리석은 사기 피해자이지만, 내면의 주관적 행복감에서는 절대적 승리자로 남는 한스의 모습은 에라스뮈스의 '우신예찬'에 등장하는 거룩한 바보의 원형입니다.

스토리 요약 / 생각거리

7년간 일해 얻은 머리통만 한 황금 덩어리를 말, 소, 돼지, 거위, 숫돌로 차례로 손해 보며 바꾸다 마침내 돌마저 우물에 빠뜨리고 완벽한 자유를 얻어 환호하는 한스의 역설적인 무소유 행복 우화입니다.

※ 본 포스팅은 순화되기 전의 고전 원전 및 민담 전승을 바탕으로 번역·재구성한 이야기로, 다소 기괴하거나 서늘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