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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6일 일요일

[원전 그림동화] 004 두려움을 배우러 길을 떠난 젊은이 이야기

[원전 그림동화] 004

두려움을 배우러 길을 떠난 젊은이 이야기

한 아버지가 두 아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맏아들은 영리하고 눈치가 빨라 무슨 일이든 척척 해냈지만, 둘째 아들은 어딘가 멍청하고 세상 물정을 몰라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둘째를 볼 때마다 "저 녀석은 아버지의 골칫덩이가 될 게야"라며 혀를 찼습니다. 하지만 둘째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기이한 결함이 하나 있었습니다. 으스스한 유령 이야기나 섬뜩한 시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아이쿠, 소름이 돋아!(es gruselt mir)"라며 벌벌 떨었지만, 둘째는 멍하니 물었습니다.

"소름이 돋는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이야? 나는 도무지 무섭거나 소름이 돋는 게 뭔지 모르겠어."

교수대 아래의 첫날밤

어느 날 아버지가 둘째를 불러 밥벌이라도 배울 것을 꾸짖자, 소년은 태연하게 대답했습니다.

"아버지, 저는 돈 버는 일보다 '소름이 돋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다들 무서워 떠는데 저만 그게 뭔지 모르겠거든요."

이 말을 들은 마을의 성당 종지기가 소년의 버릇을 고쳐주겠다며 소년을 교회의 높은 종탑으로 데려갔습니다. 깊은 밤 종지기가 검은 천을 뒤집어쓰고 유령 흉내를 내며 계단에 서 있었지만, 소년은 두려워하기는커녕 불한당인 줄 알고 종지기를 계단 아래로 밀쳐 다리를 부러뜨려버렸습니다.

분노한 아버지는 소년에게 은화 쉰 닢을 쥐여주며 집에서 내쫓았습니다.

길을 떠난 소년은 목을 매단 시체 일곱 구가 바람에 흔들리는 교수대(Gallows) 나무 아래에 다다랐습니다. 밤이 깊어 살을 깎는 추위가 몰려오자 소년은 모닥불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시체들을 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저 위에 매달려 있으니 얼마나 춥겠어."

소년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목매달린 시체 일곱 구의 밧줄을 일일이 풀어 모닥불 곁에 나란히 앉혀주었습니다. 하지만 불티가 튀어 시체의 옷에 불이 붙어도 시체들이 꿈쩍도 않자 소년은 "예의가 없다"며 시체들을 도로 교수대에 매달아 버렸습니다. 이때까지도 소년은 소름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저주받은 유령 성의 도전

길을 가던 소년은 한 왕국에 이르렀습니다. 그곳의 국왕은 악마와 망령들의 저주에 걸려 버려진 황실의 고성(Haunted Castle)에서 사흘 밤을 온전히 버텨내는 자에게 막대한 황금 보화와 아름다운 공주를 아내로 주겠노라 포고한 상태였습니다. 이미 수많은 용사들이 도전했으나 단 한 명도 살아 나오지 못하고 시체가 되어 실려 나온 곳이었습니다.

소년은 두려움 없이 왕에게 나아가 말했습니다.

"제가 그 성에서 사흘 밤을 보내며 '소름 돋는 법'을 배워보겠습니다."

소년은 왕에게 단 세 가지만 요구했습니다. 타오르는 불, 목공용 선반(대패대), 그리고 칼이 달린 조각대였습니다.

첫째 날 밤: 반토막 난 거인들과 유령 고양이

성안의 어두운 방에 불을 지피고 자정이 되기를 기다리자, 방구석에서 기괴한 고양이와 검은 개들이 나타나 "소름 돋는 법을 가르쳐주마"라며 달려들었습니다. 소년은 목공 선반으로 놈들의 발톱을 옥죄어 때려죽이고 성 밖 연못에 던져버렸습니다.

잠시 후, 천장 한가운데가 쩍 갈라지더니 몸뚱이가 반토막 난 거대한 시체가 쿵 하고 떨어졌습니다. 뒤이어 다른 반쪽이 떨어지더니 두 조각이 합쳐져 흉측한 형상으로 일어섰습니다. 소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놈을 밀쳐내고 화로 곁을 지켰습니다.

둘째 날 밤: 해골 볼링과 매장된 관짝

둘째 날 자정에는 천장에서 잘려 나간 인간의 해골과 해골 다리뼈들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망령들이 해골로 굴리는 볼링 게임(Ninepins)을 시작하자, 소년은 해골의 모난 곳을 선반으로 둥글게 깎아주며 함께 게임을 즐겼습니다.

새벽이 되자 죽은 사촌의 시체가 담긴 무거운 목관이 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소년은 관 뚜껑을 열고 차가운 시체를 꺼내 자신의 침대 속으로 데려가 품에 안고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살아난 시체가 소년의 목을 조르려 하자, 소년은 시체를 도로 관 속에 처넣고 뚜껑을 못 박아버렸습니다.

셋째 날 밤: 거대한 악마 대장장이와의 대결

마지막 셋째 날 밤, 수염이 흉측하게 자란 거대한 노인 망령(대장장이 악마)이 쇠도끼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네놈을 모루 위에 올려놓고 납작하게 쳐부수어 주마!"

소년은 기지를 발휘하여 악마의 긴 수염을 모루의 틈새에 끼워 넣고 쐐기를 박아 봉인해 버렸습니다. 옴짝달싹 못 하게 된 악마는 성바닥 깊은 지하실에 숨겨진 세 궤짝의 황금(하나는 가난한 자들의 몫, 하나는 왕의 몫, 하나는 소년의 몫)을 넘겨주며 목숨을 구걸했습니다.

닭이 울고 아침이 밝자 성의 모든 저주가 영원히 풀렸습니다.

공주의 지혜와 비로소 깨달은 소름

사흘 밤을 무사히 살아남아 고성의 저주를 푼 소년은 국왕의 약속대로 공주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왕국을 물려받았습니다. 하지만 젊은 왕은 침대에 누워서도 여전히 한탄했습니다.

"아, 제발 소름 한 번 돋아봤으면! 대체 소름이란 건 언제쯤 배울 수 있는 걸까?"

신랑의 끝없는 불평에 지친 영리한 공주는 시녀를 시켜 성 앞 시냇가에서 모래무지와 미꾸라지(작은 물고기들)를 한 양동이 가득 잡아 오게 했습니다.

깊은 밤, 신랑이 곤히 잠들어 있을 때 공주는 이불을 확 젖히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과 파닥거리는 물고기 떼를 신랑의 맨몸 위에 쏟아부었습니다.

"으악! 차가워! 이게 뭐야! 살갗이 쭈뼛 서고 온몸이 떨려! 아, 여보! 이제야 알겠어! 드디어 소름이 뭔지 배웠어!(Nun weiß ich, was Gruseln ist!)"

세상의 온갖 악마와 시체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않던 청년은, 차가운 물속에서 파닥거리는 미물들의 촉감 앞에서야 비로소 생애 처음으로 소름을 맛보았습니다.

📖 깊이 읽기: 역자 주석 및 배경 해설

[주석 1] '소름(Gruseln/Gruseln lernen)'의 철학적·신체적 의미: 독일어 'Gruseln'은 단순한 인지적 공포(Fear)가 아니라, 미지의 초자연적 존재나 죽음을 마주했을 때 등골이 서늘해지고 털이 곤두서는 원초적 생리 반응을 뜻합니다. 주인공은 죽음이나 망령을 이성적으로 두려워하지 않는 탈감각화된 인물이지만, 지극히 일상적이고 원초적인 감각(얼음물과 파닥이는 물고기)을 통해 인간적 감각을 회복합니다.

[주석 2] 교수대(Gallows)와 시체 모티프의 민속학 적 배경: 중세 유럽에서 교수대에 매달려 방치된 죄수의 시체는 사악한 기운과 주술의 매개체로 여겨져 일반인들이 극도로 기피하는 금기의 공간이었습니다. 주인공이 시체의 추위를 걱정해 모닥불을 쬐어주는 기괴한 행동은 사회적 터부와 공포 규범을 완전히 해체하는 민담 고유의 그로테스크한 블랙 코미디를 보여줍니다.

[주석 3] 분리된 신체(Dismemberment)와 결합의 신화성: 천장에서 신체 조각들이 떨어져 결합하는 망령의 등장은 샤머니즘과 고대 신화의 '해체와 재구성' 모티프의 잔재입니다. 악마를 모루에 묶어 제압하는 대장장이 모티프 역시 민담에서 인간의 우직한 기술과 배짱이 지옥의 초자연적 힘을 굴복시키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의 변형입니다.

스토리 요약 / 생각거리

세상의 모든 공포와 초자연적 망령을 무력화시킨 주인공이 결국 가장 사소하고 감각적인 일상의 충격을 통해 비로소 인간적인 두려움(소름)을 깨닫게 되는 역설을 유쾌하면서도 서늘하게 그려냅니다.

※ 본 포스팅은 순화되기 전의 고전 원전 및 민담 전승을 바탕으로 번역·재구성한 이야기로, 다소 기괴하거나 서늘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