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형제
열두 명의 아들을 둔 한 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왕은 왕비에게 차갑게 선언했습니다.
"만일 열세 번째로 태어날 아이가 딸이라면, 이 열두 아들을 모두 죽여버릴 것이다. 그래야 왕국과 영토가 쪼개지지 않고 온전히 공주 한 사람에게 상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왕은 이미 은밀히 목수를 시켜 열두 개의 관(棺)을 짜두고, 관마다 붉은 피를 상징하는 톱밥과 베개를 채워 잠긴 밀실에 숨겨두었습니다.
어머니 왕비는 날마다 눈물을 흘리다 막내아들 벤자민에게 비밀을 털어놓았습니다.
"하늘에 붉은 깃발이 걸리거든 너희의 목숨을 앗아갈 여동생이 태어났다는 뜻이니 뒤도 돌아보지 말고 깊은 숲으로 달아나거라."
숲속의 은신과 열두 마리 까마귀의 저주
사흘 뒤 성탑 위에 피비린내 나는 붉은 깃발이 나부끼자, 열두 형제는 깊은 마법의 숲으로 도망쳐 버려진 마법의 오두막에 숨어 살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위협한 세상의 모든 여성을 증오하며 사냥으로 연명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궁전에서 자라난 여동생은 우연히 빨래터에서 열두 개의 남성용 셔츠를 발견하고 자신에게 열두 오빠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공주는 오빠들을 찾아 숲속 오두막에 다다랐고, 막내 벤자민과 눈물의 상봉을 하며 오빠들과 화해했습니다.
어느 날 공주는 오빠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오두막 정원에 피어난 열두 송이의 새하얀 백합(Lilly)을 꺾어 식탁을 장식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열두 번째 백합을 꺾는 순간, 하늘이 칠흑처럼 어두워지며 정원으로 돌아오던 열두 형제가 일순간에 열두 마리의 거대한 검은 까마귀로 변해 허공으로 울부짖으며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 백합들은 형제들의 생명과 영혼이 깃든 마법의 금기였던 것입니다.
칠 년간의 침묵과 불타는 화형대
절규하는 공주 앞에 나타난 숲의 노파가 말했습니다.
"오빠들을 구원할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칠 년 동안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단 한 번도 웃지 않는 침묵의 고행을 견뎌내야 한다. 만일 단 한 글자라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그 즉시 열두 오빠는 번개를 맞아 몰살당할 것이다."
공주는 높은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실을 잣으며 칠 년 동안 침묵을 지켰습니다.
숲을 지나던 이웃 나라의 젊은 왕이 나무 위의 아름다운 침묵의 처녀를 발견하고 그녀를 왕비로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왕의 사악한 시어머니(대비)는 말을 하지 못하고 웃지도 않는 왕비를 극도로 혐오하여 왕비가 갓 낳은 아이를 빼앗아 죽이고 왕비의 입에 피를 묻혀 마녀로 모함했습니다.
왕비는 오빠들을 살리기 위해 변명 한마디 하지 못한 채 억울하게 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칠 년의 마지막 날, 높이 솟은 화형대 장작더미에 붉은 불길이 타올라 왕비의 드레스를 태우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
하늘에서 거센 바람을 가르며 열두 마리의 검은 까마귀가 화형대로 내리꽂혔습니다. 까마귀들의 발이 땅에 닿는 순간, 그들은 눈부신 열두 명의 왕자로 변신하여 날갯짓으로 불길을 끄고 여동생을 구출했습니다.
마침내 칠 년의 침묵이 끝나고 왕비가 진실을 밝히자, 사악한 시어머니는 끓는 기름과 독사들이 가득 찬 통 속에 던져져 비참하게 찢겨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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