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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6일 일요일

[원전 그림동화] 032. 영리한 한스

[원전 그림동화] 032

영리한 한스

바보스럽고 눈치 없는 청년 '한스'가 사랑하는 처녀 '그레텔'의 집으로 놀러 갔습니다.

그레텔이 떠나는 한스에게 작은 바늘 한 쌈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한스는 바늘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몰라 지나가던 볏짚 수레의 건초더미 속에 깊숙이 쑤셔 넣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가 한스를 꾸짖었습니다.

"이 어리석은 녀석아! 바늘은 소매 안쪽에 살짝 꽂아왔어야지!"

"다음엔 그렇게 할게요, 어머니."

빗나간 조언과 엽기적인 배달

다음 날 한스는 그레텔에게서 날카로운 주머니칼을 선물 받았습니다. 한스는 어머니의 말대로 칼날을 옷소매 안으로 푹 찔러 넣고 걷다가, 팔뚝의 살갗이 베여 피를 철철 흘리며 돌아왔습니다.

어머니가 기겁하며 말했습니다.

"칼은 바지 주머니 속에 얌전히 넣어왔어야지!"

셋째 날, 그레텔이 살아있는 어린 새끼 염소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한스는 네 발을 묶은 염소를 억지로 좁은 바지 주머니 속에 쑤셔 넣었습니다. 염소는 숨이 막혀 버둥거리다 주머니 속에서 질식해 숨을 거두었고, 한스는 피 묻은 바지를 입고 돌아왔습니다.

어머니가 혀를 차며 일렀습니다.

"염소는 목줄을 매어 마구간 구유로 끌고 왔어야지!"

넷째 날, 그레텔이 커다란 돼지고기 베이컨 한 덩이를 주었습니다. 한스는 고기 덩어리를 밧줄로 묶어 진흙탕 바닥에 질질 끌고 돌아왔습니다. 숲속의 사냥개들이 달려들어 베이컨을 모조리 뜯어먹고 빈 밧줄만 남았습니다.

어머니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탄식했습니다.

"베이컨은 머리 위에 이고 조심조심 들고 왔어야지!"

다섯째 날, 그레텔이 살아있는 살찐 송아지 한 마리를 주었습니다. 한스는 거대한 송아지를 억지로 머리 위에 짊어지고 오려다, 송아지가 뒷발로 한스의 얼굴을 걷어차 얼굴 가죽이 찢어지고 피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절규했습니다.

"송아지는 밧줄을 매어 마구간 구유에 묶어두었어야지!"

여섯째 날, 그레텔 자신이 한스의 신부가 되기 위해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한스는 신부 그레텔의 목에 밧줄을 칭칭 동여매고 마구간 구유에 짐승처럼 묶어두고 풀을 먹으라고 던져주었습니다.

도려낸 눈알을 집어던진 신혼의 참극

어머니가 울부짖으며 소리쳤습니다.

"이 미친 녀석아! 신부에게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신부의 얼굴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눈길을 던져주어야(schmachte ihr mit den Augen/Augen zuwerfen)' 한단 말이다!"

한스는 어머니의 말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한스는 곧장 마구간으로 달려가 칼을 뽑아 들고, 구유에 묶여 있던 살아있는 송아지와 양들의 두 눈알을 칼끝으로 사정없이 도려내었습니다.

스걱! 푹!

피가 뚝뚝 떨어지는 짐승들의 눈알 네 개를 손에 쥔 한스는, 마구간에 묶여 울고 있던 신부 그레텔의 얼굴을 향해 피 묻은 눈알들을 힘껏 집어던졌습니다.

퍽! 퍽!

그레텔은 얼굴에 날아와 터진 피투성이 눈알들을 뒤집어쓰고 공포와 혐오감에 비명을 지르며 밧줄을 끊고 숲으로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한스는 영원히 홀로 남아 바보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 깊이 읽기: 심층 주석 및 문학·민속학적 해설

[주석 1] 문자주의(Literalism)와 소통 불능의 그로테스크 코미디: 독일어 관용구 "jemandem schöne Augen machen(혹은 Augen zuwerfen: 누군가에게 다정한 눈길을 보내다/윙크하다)"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여 실제 동물의 눈알을 도려내 던지는 결말은, 언어의 비유적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정신적 백치 상태가 초래하는 잔혹한 신체 훼손의 극치입니다.

[주석 2] 어긋난 시차의 연쇄(Displaced Context) 모티프: 이전 대상에 적용해야 했던 행동 방식을 다음 대상에 뒤늦게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구조는 전 세계 바보 설화(Aarne-Thompson Type 1696)의 전형적인 희극적 장치입니다.

[주석 3] 혼인 규범과 가부장적 질서의 전복: 신부를 마구간에 결박하고 짐승의 내장과 피를 던지는 행위는 거룩해야 할 혼인 성사와 가정의 형성을 원초적으로 파탄 내는 민담 특유의 무정부주의적 블랙 코미디입니다.

스토리 요약 / 생각거리

어머니의 조언을 한 박자씩 빗나가게 적용하다 마침내 신부의 얼굴에 도려낸 가축의 눈알을 집어던져 파국을 맞는 바보 한스의 엽기적이고 서늘한 소동극입니다. 언어의 표면 뒤에 숨겨진 맥락을 읽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불러오는 기괴한 비극을 풍자합니다.

※ 본 포스팅은 순화되기 전의 고전 원전 및 민담 전승을 바탕으로 번역·재구성한 이야기로, 다소 기괴하거나 서늘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