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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7일 월요일

[원전 잔혹동화] 087. 가난한 자와 부자

[원전 잔혹동화] 087

가난한 자와 부자

옛날 주님과 성 베드로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세상을 유람하던 중, 날이 저물어 어느 마을의 길 양쪽에 마주 보고 서 있는 두 채의 집을 보았습니다.

한쪽은 대리석 기둥이 웅장한 부자의 대저택이었고, 다른 한쪽은 쓰러져가는 가난한 농부의 초가삼간이었습니다.

주님이 먼저 부자의 집 문을 두드리며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으나, 부자는 창문으로 내다보며 소리쳤습니다.

"지나가는 거지에게 내줄 방 따위는 없다! 내 헛간의 짚단도 축낼 수 없으니 썩 꺼져라!"

주님은 발길을 돌려 맞은편 가난한 농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가난한 부부는 문을 활짝 열고 주님을 극진히 맞이했습니다.

"가진 것은 없으나, 있는 것을 기쁘게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가난한 부부는 자신들의 유일한 재산인 새끼 염소 한 마리를 잡아 화로에 구워 대접했고, 푹신한 침대를 손님에게 내어준 뒤 자신들은 차가운 흙바닥 짚더미 위에서 잠을 잤습니다.

세 가지 거룩한 소원과 눈부신 축복

이튿날 아침 떠나시며 주님이 가난한 농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의 따뜻한 환대에 보답하여 세 가지 소원(Drei Wünsche)을 들어주리라."

농부가 겸손하게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저희 부부에게는 오직 내세에서의 영원한 영혼의 구원과, 이승에서 살아가는 동안의 건강과 일용할 양식이면 족합니다. 굳이 한 가지를 더 바란다면 이 낡은 집을 대신할 비바람을 막아줄 작은 새 집 한 채를 원하나이다."

주님이 축복을 내리자, 썩어가던 초가삼간은 순식간에 눈부신 새 집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부자의 탐욕과 홧김에 내뱉은 저주의 말

맞은편에서 이를 목격한 부자는 질투에 눈이 뒤집혔습니다. 부자의 아내가 소리쳤습니다.

"당장 말을 타고 달려가 그 나그네에게 우리도 세 가지 소원을 받아오세요!"

부자는 말을 타고 전력 질주하여 주님을 따라잡아 애원했고, 주님은 엄중히 경고하며 세 가지 소원을 허락하셨습니다.

"네 소원을 들어주겠으나, 그것이 네게 파멸의 화가 되지 않도록 삼가 조심하라."

돌아오던 길, 부자는 무슨 소원으로 세상을 집어삼킬 황금을 빌지 고민하느라 정신이 팔렸습니다.

말이 자꾸만 길가의 돌부리에 걸려 비틀거리자, 성미가 급한 부자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홧김에 소리쳤습니다.

"이 망할 놈의 말 대가리야! 네놈의 목이 꺾여 부러져 버려라!"

우드득! 콰직!

그 순간 첫 번째 소원이 발동하여, 타고 있던 명마의 목뼈가 단숨에 부러지며 말은 피를 뿜고 즉사했습니다.

말안장의 엉덩이 결박과 절망의 세 번째 소원

부자는 죽은 말의 살가죽에서 무거운 가죽 안장을 벗겨 등에 짊어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뙤약볕 속을 걸어갔습니다.

집에서 편히 쉬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자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내가 이 고생을 하는데, 내 아내 년이 집에서 이 무거운 말안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영원히 떨어지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두 번째 소원이 끝나자마자 등 위의 안장이 허공으로 사라졌습니다.

부자가 집에 도착해 문을 열었을 때, 아내는 거실 바닥에서 엉덩이에 시커먼 말안장이 찰싹 달라붙은 채 피눈물을 흘리며 뒹굴고 있었습니다!

철썩! 으드득!

부자가 아무리 힘을 주어 떼어내려 해도 아내의 살가죽만 찢겨 나갈 뿐 안장은 뼈에 달라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고통에 겨워 절규했습니다.

"온 세상의 금은보화가 다 무슨 소용이에요! 당장 이 안장을 내 엉덩이에서 떼어내 달라고 빌지 않으면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겠어요!"

결국 부자는 피눈물을 흘리며 세 번째 소원으로 "아내의 엉덩이에서 안장을 떼어내 달라"고 빌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부자는 아끼던 명마를 잃고, 뼈저린 고통과 굴욕만을 남긴 채 세 가지 소원을 허망하게 날려버렸고, 가난한 부부는 은총 속에 영원한 행복을 누렸습니다.

📖 깊이 읽기: 심층 주석 및 문학·민속학적 해설

[주석 1] 신성한 손님 대접(Theoxeny/신현 설화)과 봉건 계급의 도덕성 (ATU 750A): 신이 누추한 나그네로 변장하여 인간의 도덕성을 시험하는 고대 그리스 바우키스와 필레몬 신화 이래의 원형으로, 부자의 닫힌 문과 빈농의 희생적 환대를 극명하게 대비합니다.

[주석 2] 세 가지 소원의 함정과 분노의 자기 파멸: 물질적 탐욕에 눈이 먼 자가 찰나의 분노(말을 향한 저주, 아내를 향한 원망)를 제어하지 못해 스스로 파멸적 소원을 낭비하는 심리적 붕괴를 풍자합니다.

[주석 3] 말안장의 신체 결박(접착 모티프): 안장이 살가죽에 결박되는 그로테스크한 징벌은 탐욕스러운 부르주아 계급의 허영심을 가장 수치스러운 방식으로 무력화하는 민중 문학의 카니발적 처벌입니다.

스토리 요약 / 생각거리

가난한 부부는 소박한 새 집과 영혼의 구원을 얻었으나, 탐욕과 분노에 눈이 먼 부자는 홧김에 말을 죽이고 아내의 엉덩이에 말안장이 달라붙는 수치를 겪으며 세 가지 소원을 모두 날려버리는 서늘하고 통쾌한 인과응보의 고전 우화입니다.

※ 본 포스팅은 순화되기 전의 고전 원전 및 민담 전승을 바탕으로 번역·재구성한 이야기로, 다소 기괴하거나 서늘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